시사 평론

페미니즘 세계적인 리더 페미니스트 벨 훅스 별이 되다

군웅할거 2021. 12. 17. 12:49

페미니즘 세계적인 리더 페미니스트 벨 훅스 69세로 별세

 

페미니즘 리더 벨훅스 별세

 

페미니즘 영역에 매우 영향력 있는 작가이자 비평가, 대중 지식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을 주던 벨 훅스 님이 2021년 12월 15일 베레아에 있는 자택에서 유명을 달리하셨습니다. 그녀의 조카인 Dbony Motley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그녀는 투병 중이었다고 합니다. 그녀가 세상을 떠날 때 외롭지 않게 친구와 가족과 함께 해서 다행입니다. 마지막 인사를 나눴던 그 따스함을 뒤로하고 이제 그녀가 없는 세상은 삭막하게 되었습니다. 하늘의 별이 된 그녀를 생각하며 오늘 이 글을 씁니다.

 

당신의 삶을 바꿀 100명의 지성이자 세상을 치유한 거인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책을 통해 벨 훅스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1952년 9월 25일 켄터키 주 홉킨스빌에서 7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습니다. 이곳은 미국 중남부의 흑인 격리 지역이었습니다. 그녀는 힘든 환경 속에서도 십 대 때부터 인종차별과 성차별에 대해 사유하며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캘리포니아의 스탠퍼드 대학교에 진학했고, 위스콘신 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산타 크루즈에 있는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19세에 첫 책 『나는 여자가 아닌가요 ㅡ 흑인 여성과 페미니즘』을 발행했으며, 이후로도 많은 저작들을 남기셨습니다. 대표적인 책으로 『페미니즘 ㅡ 주변에서 중심으로』 『벨 훅스, 경계 넘기를 가르치기』 『벨 훅스, 계급에 대해 말하지 않기』 『사랑은 사치일까?』 등 페미니즘만 아니라 계급, 인종, 자본주의,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책을 쓰셨습니다. 제가 그녀를 알게 된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은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를 종식시킬 수 있는 입문서로 저 역시 이 책의 영향을 통해 정상성에 대한 의구심과 동시에 무엇이 올바른 삶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

 

선생님은 에세이, 시, 아동도서도 많이 발간하셨습니다. 이 모든 책을 포함하면 40권이 넘는 저서가 있으십니다. 그만큼 세상에 많은 것들을 전하기 위해 늘 힘쓰셨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삶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고 책을 출간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늘 실천적인 삶을 살기를 소망하셨고, 만나는 사람마다 본인이 믿는 가치, 즉 차별에 대해,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진실에 대해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런 고민에서 나온 책이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이기도 합니다. 소수자의 편에서 큰 소리로 함께 소리쳤던 그녀의 삶이 다양한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었고, 그래서 그녀의 죽음이 더욱 큰 슬픔이 되었습니다. 

 

벨 훅스
벨 훅스, 출처 위키피디아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벨 훅스 

그녀를 기리며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읽고 생각했던 부분을 나누고자 합니다.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

 

'페미니즘은 성차별주의와 그에 근거한 착취와 억압을 끝내려는 운동이다'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페미니즘에 대한 정의다. 이 정의를 좋아하는 이유는 페미니즘이 "남성을 혐오하지 않는다"라고 확실하게 말해주기 때문이다. 여기서 문제 삼고 있는 점은 '성차별주의'이다. 성차별주의는 어느 한 성을 문제 삼지 않는다. 대신 여자든 남자든 태어날 때부터 성차별주의적 사고와 행동양식을 주입받아 사회화된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나는 이 정의를 다른 말로 "정상성"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우리 사회는 ""와 상의하지 않고 정상의 기준을 세웠다. 난 그 기준을 세우는데 의견을 나누거나 동의한 적 없지만, 어려서부터 그 기준이 정답인 양 살 수밖에 없었다. ? 모두 그렇게 생각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그 기준에 적합한 사람을 "정상"이라 불렀고, 벗어난 사람을 "비정상"이라 지칭했다.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난 이 정상성을 "정명론"이란 이름을 붙여 가며 따랐다.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답게 되는 것입니다."
[군군 신신 부부 자자]
 (논어)

 

얼마나 멋있는가? 나 자신에게 적용시켜 학생답게 사는 것에 대한 기준을 늘 품었었다. 그러나 한 살 한 살 시간이 지날수록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인생을 예측할 수 없고 다양한 사람들과 더불어 살았으므로.

 

일단 가장 가깝게는 학생답게 살 수 없는 친구들이 있었다. 가정 형편의 어려움으로, 혹은 본인의 성향 때문에.. 가지각색의 이유가 있었지만, 내가 보기에 불가항력적인 것들도 있었다. 이런 친구들에게 '학생답게'를 강제한다는 것은 폭력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더 나이가 들어 사회에 나왔을 때도 비슷한 감정이 들었다. '직원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사장의 억압과 착취 속에서의 '직원다움'은 무엇인가? 이런 주장들이 어쩌면 사회를 구조화한 계급의 이데올로기가 아닐까 생각도 들었다. 동시에 감정적으로 어렸을 때처럼 '~답게' 산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정상성'의 끝판왕이 있다. 바로 "남자 / 여자답게" ,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한 사회의 기준이었다. 남자 / 여자라면 이래야 하고, 저래야 하며.. 등등 이런 부분이 숨 막히게 내 삶을 조여왔다. 어렸을 때부터 사회화되었기에 익숙하게 넘어갈 수 있었지만, 누구나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있지 않은가? 나에겐 이 부분이 그랬다. 잘 따르면서 불편했다.

 

우리 사회의 제도화된 성차별주의의 또 다른 이름은 가부장제이다. 남자는 지금까지 그 제도의 수혜자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만큼 의무도 지어야 한다. 동시에 그 기준에 벗어나는 사람들은 억압되었다. 가부장제의 수혜를 부정하지도, 그로 인해 지워진 책임에 대해 회피하지도 않지만, 그 구조, 즉 가부장제 사회의 질서를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님을 명확히 하고 싶다. 남자로서 가부장제의 혜택을 누리거나 이를 유지하기 위해 강제된 명령 속에서 나 역시 지배하고, 착취하고, 억압하도록 요구받았기 때문이다. 그 요구에 부응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여성의 삶뿐만 아니라 남성의 삶 또한 피폐하게 만들었다.

 

이런 혼란을 겪을 때 만났던 것이 벨 훅스 선생님의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이었다.

 

페미니즘이 뭔지, 페미니즘 운동이 무엇인지 알아갈 때마다 내 안에 있던 족쇄가 하나씩 풀려가는 느낌이었고, 내면 깊은 자유함과 해방감을 맛볼 수 있었다. 여전히 이 사회가 세운 편견의 산통곡의 벽에 가로막혀 있지만 어떻게 등반해야 할지 배우고 있달까? 여전히 가야 할 길은 멀지만 이정표가 생겼다는 것은 큰 동기부여가 된다. 

 

페미니즘 역시 전체주의적인 색채를 띌 수 있다고 생각하고 경계하며 배워가고 있다. 현실에서 집단으로 존재하는 모든 단체가 그런 위험을 내포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많이 사람들이 페미니즘적 생각을 금기시하거나 주저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다가와 보면 분명 다를 것이다. 페미니즘은 바로 당신을 위한 것이다.

 


이제 선생님을 실제로 뵐 수 없겠지만, 그녀의 저작을 통해 우린 지속적으로 그녀를 만날 것입니다. 또한 그녀가 뿌려 놓은 씨앗이 시간이 지나며 결실을 맺을 날이 분명히 올 것입니다. 그때까지 안녕히, 더 좋은 곳에서 평안을 누리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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